완벽주의자 워크숍
정의석
지갑을 잃어버렸다. 나는 지갑을 그날 들렀던 라멘집에 두고 왔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지난달 지갑을 잃어버린 곳도 라멘집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본인이 장차 라멘집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에 대한 서술이다.
인증샷을 찍었던 한 달 전 사진을 확인하니 첫 라멘은 <카모니보시시오라멘>이 확실하다. 일본어처럼 띄어쓰기는 무시하되 나라에서 정한 외래어 표기법을 착실하게 따른 메뉴명이다. 당신이 어디서 끊어 읽던 우리는 컨셉을 지킨다는 기개가 전해졌기 때문에 매우 흡족해하며 주문 버튼을 눌렀다. 안타깝게도 맛에 대한 기억은 희미한데, 지갑과 함께 날아가 버린 듯 하다.
이후 저녁 강연이 끝나고 주차 요금을 정산할 때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깨달았다. 서둘러 강연장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불은 꺼져있었다. 문을 흔들어보고, 입장할 때 받은 QR코드를 단말기에 대봤지만 헛수고였다. 바로 주최 측 SNS 계정에 메시지를 보냈다. 행사 후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데 본인이 보낸 메시지엔 답이 없었다. 무척 덥고 습한 날이었다.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옷이 쩍 붙었다. 답장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얼마 뒤 답장이 왔다. <없었습니다. 꼭 찾으시길요!> 짧고 명쾌한 답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의심을 더 키우고 말았다.
지갑을 잃어버린 다음 날 라멘집에 연락하기 전까지 본인은 지갑을 거기에 두고 왔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평소 식당에 지갑을 두고 온 적이 없었다.
2) 다 먹고 나올 때 빠진 짐이 없는지 분명히 살폈다.
3) 라멘집에서 저녁을 먹고 강연을 들은 뒤 기념으로 책을 구매하기 위해 안내데스크에서 분명히 지갑을 꺼냈다.
당시 지갑은 라멘집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본인이 사실로 굳게 믿고 있었던 주장은 거짓이다. 본인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착각은 어디서 발생한 것인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신사역 라멘집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사역에서 주문한 라멘이 성수동 <카모니보시시오라멘>과 다르게 띄어쓰기를 지킨 <청양 시오 라멘>이라서 혼란을 겪었던 걸까? 다음번 지갑 회수 때엔 <청탕 츠케멘>을 주문할 예정이다.
본인은 알고 싶다. (병원에서도 밝히지 못하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오른쪽 귀에서 들리는 이명과 숨이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의 정체를. 점심시간에도(이 때는 열이 받아서 주머니 속 하나밖에 없는 신용카드를 꽉 쥐고 있느라 잃어버린 게 없었다) 독촉전화에 시달리며 디자인해서 보냈지만 정작 두 눈과 두 손으로 확인할 바가 없는 책들의 행방을. 어쩌면 지금 하는 일들은 수면마취 중에 본인도 모르게 떼어낸 용종들과 같다고, 그게 있는줄도 몰랐는데 의사 선생님이 자, 보세요 이게 다 당신 몸에서 나온거에요 라며 내 것 같지도 않은 것들을 모니터 화면으로 확인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완벽주의자 워크숍은 계속 된다.
지갑을 잃어버렸다. 나는 지갑을 그날 들렀던 라멘집에 두고 왔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지난달 지갑을 잃어버린 곳도 라멘집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본인이 장차 라멘집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에 대한 서술이다.
인증샷을 찍었던 한 달 전 사진을 확인하니 첫 라멘은 <카모니보시시오라멘>이 확실하다. 일본어처럼 띄어쓰기는 무시하되 나라에서 정한 외래어 표기법을 착실하게 따른 메뉴명이다. 당신이 어디서 끊어 읽던 우리는 컨셉을 지킨다는 기개가 전해졌기 때문에 매우 흡족해하며 주문 버튼을 눌렀다. 안타깝게도 맛에 대한 기억은 희미한데, 지갑과 함께 날아가 버린 듯 하다.
이후 저녁 강연이 끝나고 주차 요금을 정산할 때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깨달았다. 서둘러 강연장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불은 꺼져있었다. 문을 흔들어보고, 입장할 때 받은 QR코드를 단말기에 대봤지만 헛수고였다. 바로 주최 측 SNS 계정에 메시지를 보냈다. 행사 후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데 본인이 보낸 메시지엔 답이 없었다. 무척 덥고 습한 날이었다.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옷이 쩍 붙었다. 답장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얼마 뒤 답장이 왔다. <없었습니다. 꼭 찾으시길요!> 짧고 명쾌한 답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의심을 더 키우고 말았다.
지갑을 잃어버린 다음 날 라멘집에 연락하기 전까지 본인은 지갑을 거기에 두고 왔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평소 식당에 지갑을 두고 온 적이 없었다.
2) 다 먹고 나올 때 빠진 짐이 없는지 분명히 살폈다.
3) 라멘집에서 저녁을 먹고 강연을 들은 뒤 기념으로 책을 구매하기 위해 안내데스크에서 분명히 지갑을 꺼냈다.
당시 지갑은 라멘집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본인이 사실로 굳게 믿고 있었던 주장은 거짓이다. 본인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착각은 어디서 발생한 것인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신사역 라멘집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사역에서 주문한 라멘이 성수동 <카모니보시시오라멘>과 다르게 띄어쓰기를 지킨 <청양 시오 라멘>이라서 혼란을 겪었던 걸까? 다음번 지갑 회수 때엔 <청탕 츠케멘>을 주문할 예정이다.
본인은 알고 싶다. (병원에서도 밝히지 못하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오른쪽 귀에서 들리는 이명과 숨이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의 정체를. 점심시간에도(이 때는 열이 받아서 주머니 속 하나밖에 없는 신용카드를 꽉 쥐고 있느라 잃어버린 게 없었다) 독촉전화에 시달리며 디자인해서 보냈지만 정작 두 눈과 두 손으로 확인할 바가 없는 책들의 행방을. 어쩌면 지금 하는 일들은 수면마취 중에 본인도 모르게 떼어낸 용종들과 같다고, 그게 있는줄도 몰랐는데 의사 선생님이 자, 보세요 이게 다 당신 몸에서 나온거에요 라며 내 것 같지도 않은 것들을 모니터 화면으로 확인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완벽주의자 워크숍은 계속 된다.
완벽주의자 워크숍
정의석
지갑을 잃어버렸다. 나는 지갑을 그날 들렀던 라멘집에 두고 왔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지난달 지갑을 잃어버린 곳도 라멘집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본인이 장차 라멘집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에 대한 서술이다.
인증샷을 찍었던 한 달 전 사진을 확인하니 첫 라멘은 <카모니보시시오라멘>이 확실하다. 일본어처럼 띄어쓰기는 무시하되 나라에서 정한 외래어 표기법을 착실하게 따른 메뉴명이다. 당신이 어디서 끊어 읽던 우리는 컨셉을 지킨다는 기개가 전해졌기 때문에 매우 흡족해하며 주문 버튼을 눌렀다. 안타깝게도 맛에 대한 기억은 희미한데, 지갑과 함께 날아가 버린 듯 하다.
이후 저녁 강연이 끝나고 주차 요금을 정산할 때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깨달았다. 서둘러 강연장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불은 꺼져있었다. 문을 흔들어보고, 입장할 때 받은 QR코드를 단말기에 대봤지만 헛수고였다. 바로 주최 측 SNS 계정에 메시지를 보냈다. 행사 후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데 본인이 보낸 메시지엔 답이 없었다. 무척 덥고 습한 날이었다.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옷이 쩍 붙었다. 답장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얼마 뒤 답장이 왔다. <없었습니다. 꼭 찾으시길요!> 짧고 명쾌한 답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의심을 더 키우고 말았다.
지갑을 잃어버린 다음 날 라멘집에 연락하기 전까지 본인은 지갑을 거기에 두고 왔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평소 식당에 지갑을 두고 온 적이 없었다.
2) 다 먹고 나올 때 빠진 짐이 없는지 분명히 살폈다.
3) 라멘집에서 저녁을 먹고 강연을 들은 뒤 기념으로 책을 구매하기 위해 안내데스크에서 분명히 지갑을 꺼냈다.
당시 지갑은 라멘집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본인이 사실로 굳게 믿고 있었던 주장은 거짓이다. 본인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착각은 어디서 발생한 것인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신사역 라멘집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사역에서 주문한 라멘이 성수동 <카모니보시시오라멘>과 다르게 띄어쓰기를 지킨 <청양 시오 라멘>이라서 혼란을 겪었던 걸까? 다음번 지갑 회수 때엔 <청탕 츠케멘>을 주문할 예정이다.
본인은 알고 싶다. (병원에서도 밝히지 못하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오른쪽 귀에서 들리는 이명과 숨이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의 정체를. 점심시간에도(이 때는 열이 받아서 주머니 속 하나밖에 없는 신용카드를 꽉 쥐고 있느라 잃어버린 게 없었다) 독촉전화에 시달리며 디자인해서 보냈지만 정작 두 눈과 두 손으로 확인할 바가 없는 책들의 행방을. 어쩌면 지금 하는 일들은 수면마취 중에 본인도 모르게 떼어낸 용종들과 같다고, 그게 있는줄도 몰랐는데 의사 선생님이 자, 보세요 이게 다 당신 몸에서 나온거에요 라며 내 것 같지도 않은 것들을 모니터 화면으로 확인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완벽주의자 워크숍은 계속 된다.
완벽주의자 워크숍
정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