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윤석현.영

어떤 경험은 온몸에 각인이 되어 그 흔적만 떠올려도 그 순간들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 그렇게 축적되어 온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이루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경험을 더듬어 보며 그때의 감각들을 톺아 보자.

 

1

어릴 때는 천둥과 번개가 지독하게도 싫었다. 흐린 날에는 혹시라도 비가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가 칠까 무서워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천둥소리와 번개 불빛이 비치는 때에는 할머니 냄새가 잔뜩 나는 폭신하고 두꺼운 감촉의 이불 속에 숨은 채로,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고, 눈에 힘을 주어 꽉 감은 채로 그들이 물러가기를 기다렸었다. 그때의 온몸 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과 할머니 이불의 냄새, 그리고 날 달래 주시던 할머니의 굳은살 박인 손바닥의 감촉이 여전히 생생히 느껴진다.

 

2

태어나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던 날은 약간은 후덥지근한 초여름의 날씨였다. 친구와 나란히 롤러코스터의 좌석에 앉아, 안전바를 내리고 천천히 출발할 때의 긴장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터덕터덕 돌아가는 소리와 몸이 기울어진 채로 상승하는 때에는 그 높은 아파트마저도 난쟁이의 집처럼 보였고,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정상에 달해 잠시 정지했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는 친구의 손을 꽉 잡고, 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롤러코스터가 멈출 때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3

작년 겨울 연말에 운 좋게 한 밴드의 연말 공연 응모에 당첨이 됐었다. 사람도 많고 시끄러운 장소에 가는 건 질색이었지만, 기대보다 걱정했던 공연은 나의 두 눈을 열고, 두 귀를 뚫리게 했다. 찌릿찌릿 귀에서 진동하는 베이스 소리, 심장까지 쿵쿵 울리는 거대한 드럼 소리,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는 기타 소리, 음표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노랫소리. 그리고 이 모든 음악이 하나가 되어 내게 다가올 때 느껴지던 압도되는 에너지. 늦은 밤 집으로 홀로 돌아갈 때 빠르게 뛰던 심장과 온몸 마디마디에 흐르던 충만함까지. 그 어떤 것도 잊을 수 없다.

 

4

4월치고는 쌀쌀했던 고등학교 1학년의 봄, 인생 첫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 모금 크게 들이켜 처음 느껴보는 커피의 맛은 혀가 아릴 정도로 썼다. 반면 강한 맛과는 달리 가볍게 넘어가던 목 넘김, 위장을 타고 흐르던 차가운 액체의 감촉. 또 흡수된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까지. 생애 첫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마치 나를 다른 생물로 변화시켜 줄 것 같은 느낌과 새로운 자극들을 한껏 느끼게 했다.

 

새겨진 경험들은 새로운 경험들과 교류하며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동안 축적된 것들이 어떻게 나의 삶 속에서 상호작용하고 또 새로이 변화해 갈지 설레는 마음이다. 경험은 늘 즐겁고 알쏭달쏭하다.

 

어떤 경험은 온몸에 각인이 되어 그 흔적만 떠올려도 그 순간들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 그렇게 축적되어 온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이루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경험을 더듬어 보며 그때의 감각들을 톺아 보자.

 

1

어릴 때는 천둥과 번개가 지독하게도 싫었다. 흐린 날에는 혹시라도 비가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가 칠까 무서워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천둥소리와 번개 불빛이 비치는 때에는 할머니 냄새가 잔뜩 나는 폭신하고 두꺼운 감촉의 이불 속에 숨은 채로,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고, 눈에 힘을 주어 꽉 감은 채로 그들이 물러가기를 기다렸었다. 그때의 온몸 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과 할머니 이불의 냄새, 그리고 날 달래 주시던 할머니의 굳은살 박인 손바닥의 감촉이 여전히 생생히 느껴진다.

 

2

태어나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던 날은 약간은 후덥지근한 초여름의 날씨였다. 친구와 나란히 롤러코스터의 좌석에 앉아, 안전바를 내리고 천천히 출발할 때의 긴장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터덕터덕 돌아가는 소리와 몸이 기울어진 채로 상승하는 때에는 그 높은 아파트마저도 난쟁이의 집처럼 보였고,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정상에 달해 잠시 정지했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는 친구의 손을 꽉 잡고, 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롤러코스터가 멈출 때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3

작년 겨울 연말에 운 좋게 한 밴드의 연말 공연 응모에 당첨이 됐었다. 사람도 많고 시끄러운 장소에 가는 건 질색이었지만, 기대보다 걱정했던 공연은 나의 두 눈을 열고, 두 귀를 뚫리게 했다. 찌릿찌릿 귀에서 진동하는 베이스 소리, 심장까지 쿵쿵 울리는 거대한 드럼 소리,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는 기타 소리, 음표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노랫소리. 그리고 이 모든 음악이 하나가 되어 내게 다가올 때 느껴지던 압도되는 에너지. 늦은 밤 집으로 홀로 돌아갈 때 빠르게 뛰던 심장과 온몸 마디마디에 흐르던 충만함까지. 그 어떤 것도 잊을 수 없다.

 

4

4월치고는 쌀쌀했던 고등학교 1학년의 봄, 인생 첫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 모금 크게 들이켜 처음 느껴보는 커피의 맛은 혀가 아릴 정도로 썼다. 반면 강한 맛과는 달리 가볍게 넘어가던 목 넘김, 위장을 타고 흐르던 차가운 액체의 감촉. 또 흡수된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까지. 생애 첫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마치 나를 다른 생물로 변화시켜 줄 것 같은 느낌과 새로운 자극들을 한껏 느끼게 했다.

 

새겨진 경험들은 새로운 경험들과 교류하며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동안 축적된 것들이 어떻게 나의 삶 속에서 상호작용하고 또 새로이 변화해 갈지 설레는 마음이다. 경험은 늘 즐겁고 알쏭달쏭하다.

 

경험

윤석현.영

어떤 경험은 온몸에 각인이 되어 그 흔적만 떠올려도 그 순간들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 그렇게 축적되어 온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이루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경험을 더듬어 보며 그때의 감각들을 톺아 보자.

 

1

어릴 때는 천둥과 번개가 지독하게도 싫었다. 흐린 날에는 혹시라도 비가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가 칠까 무서워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천둥소리와 번개 불빛이 비치는 때에는 할머니 냄새가 잔뜩 나는 폭신하고 두꺼운 감촉의 이불 속에 숨은 채로,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고, 눈에 힘을 주어 꽉 감은 채로 그들이 물러가기를 기다렸었다. 그때의 온몸 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과 할머니 이불의 냄새, 그리고 날 달래 주시던 할머니의 굳은살 박인 손바닥의 감촉이 여전히 생생히 느껴진다.

 

2

태어나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던 날은 약간은 후덥지근한 초여름의 날씨였다. 친구와 나란히 롤러코스터의 좌석에 앉아, 안전바를 내리고 천천히 출발할 때의 긴장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터덕터덕 돌아가는 소리와 몸이 기울어진 채로 상승하는 때에는 그 높은 아파트마저도 난쟁이의 집처럼 보였고,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정상에 달해 잠시 정지했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는 친구의 손을 꽉 잡고, 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롤러코스터가 멈출 때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3

작년 겨울 연말에 운 좋게 한 밴드의 연말 공연 응모에 당첨이 됐었다. 사람도 많고 시끄러운 장소에 가는 건 질색이었지만, 기대보다 걱정했던 공연은 나의 두 눈을 열고, 두 귀를 뚫리게 했다. 찌릿찌릿 귀에서 진동하는 베이스 소리, 심장까지 쿵쿵 울리는 거대한 드럼 소리,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는 기타 소리, 음표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노랫소리. 그리고 이 모든 음악이 하나가 되어 내게 다가올 때 느껴지던 압도되는 에너지. 늦은 밤 집으로 홀로 돌아갈 때 빠르게 뛰던 심장과 온몸 마디마디에 흐르던 충만함까지. 그 어떤 것도 잊을 수 없다.

 

4

4월치고는 쌀쌀했던 고등학교 1학년의 봄, 인생 첫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 모금 크게 들이켜 처음 느껴보는 커피의 맛은 혀가 아릴 정도로 썼다. 반면 강한 맛과는 달리 가볍게 넘어가던 목 넘김, 위장을 타고 흐르던 차가운 액체의 감촉. 또 흡수된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까지. 생애 첫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마치 나를 다른 생물로 변화시켜 줄 것 같은 느낌과 새로운 자극들을 한껏 느끼게 했다.

 

새겨진 경험들은 새로운 경험들과 교류하며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동안 축적된 것들이 어떻게 나의 삶 속에서 상호작용하고 또 새로이 변화해 갈지 설레는 마음이다. 경험은 늘 즐겁고 알쏭달쏭하다.

 

경험

윤석현.영